또 다른 청문회, 가습기 살균제 파동…대기업의 사과

잊지 말아야 할 사건

신재철 기자 승인 2019.09.05 03:03 의견 1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들

최근 정치권은 법무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최창원 전 SK캐미칼 대표이사, 채동석 애견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온 나라가 정치정쟁에 빠진 덕에 오랫동안 사회문제가 되어왔던 살균제 파동이 조명 받지 못했다.  

거대 기업의 대표들이 눈에 보여주기 식의 사과였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한일경제문제나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언론의 주요꼭지로 다뤄지면서 사회문제였던 이슈들이 덮어지는 꼴이다. 가습기 청문회는 구체적인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상호합의, 증거인멸을 하려고 했던 정황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 반쪽짜리 청문회였다. 

두 기업이 그간 협의체 운영과 대관, 언론 로비, 증거인멸 의혹이 있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해명이 요구되고 있었다. 회의 내용에는 공정위 내부 문건, 환경부 실험 자료, 검찰과 당국의 움직임까지 담겨져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 그리고 피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그런 기업 대표의 태도에 더욱 분개하며 자신들이 얼마나 참혹한 일을 당했고,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경의 경영지원 임원들조차 모든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말하며 구체적 보상 계획에 대해서도 재판 이후에 말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입을 다물었다.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그런 태도 안에는 대체 무엇을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모를 말 뿐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매일 가습기를 사용하면서도 언젠가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청문회 증인들

불과 8년, 그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가습기를 매일 사용하는 사람조차도 잃어버렸던 사건, 2011년의 가습기 살균제 파동은 그렇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던 것이다. 이제와 이 정도라도 사과하는 것이 어디냐 하며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내실 없이 보여주기 식의 사과는 지양해야 한다고 배척해야 할 것인가? 이 대기업의 사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어떤 사건이었던 것일까?

2011년, 출산 전후 산모 8명이 폐가 굳는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입원했고, 그 중 4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그 다음 해까지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며 총 1386명의 폐질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1386명, 이렇게 많은 이들이 좀 더 깨끗한 공기를 위해 구입해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했던 것이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렇게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원인이 밝혀진 이후에도 그 살균제를 거짓으로 성분 표기하여 판매했던 기업에 대한 제재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검찰은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 즈음에야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최대 가해업체였던 ‘옥시’ 대표를 처벌했다. 그리고 2017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이 시행되면서 이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었던 피해자들도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하지만 워낙 피해자들의 폐손상 증후군 증세가 심각한 편이었고, 사망자가 많았으며, 주로 사망자가 영유아, 아동, 임산부, 노인 등이었기에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안타까움도 더 깊었던 사건이었다. 그만큼 신속하게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과 사과가 이뤄졌다면 지금까지 이 일이 화자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 기업, 정부 모두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행하지 않았던 탓에 모든 일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긴 세월이 흘러도 절대 잊혀져선 안 되는 일이다. 자식을 잃고, 아내를 잃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고 절규하는 피해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과오를 떠넘기는 태도,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일 것이다.  
 
[신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