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당신은 어느 쪽 자리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는가?’
어떤 심리테스트에서 이런 질문을 본 적이 있었다. 이 질문의 답은 영화관 좌석배치도에서 맨 앞자리, 중간 열의 중앙 자리, 맨 뒤쪽 열의 구석자리, 이런 식으로 어떤 자리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가진 심리적 특징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맨 앞 열에서 영화를 보기 좋아하는 사람은 타인의 간섭을 기피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영화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말인즉, 같은 영화를 관람할지라도 사람마다 그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제각각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왜 갑자기 심리테스트 이야기인가 하면, 그 심리테스트에서 영화관의 맨 뒤쪽 옆 구석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에 대한 해석이 문득, 이 영상을 보고 생각이 났다. 이 심리테스트에 의하면 그런 사람은 영화를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재해석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 채널의 운영자야말로 전형적인 영화관 뒤쪽 옆 구석에 앉아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로, 영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사람.
이 채널은 제목 ‘영화의 식탁’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식탁, 먹는 것, 음식 자체에 주목하고 그를 통해 영화를 해석해보는 채널이다. 영화 <집으로>에서 어린 손주에게 주기 위해 할머니가 만들었던 닭백숙, 영화 <봄날이 간다>에서 라면, 영화 <광해>에서 팥죽 같은 음식 말이다. 음식과 영화 제목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음식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다.
바로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그 음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광해>에서 팥죽은 주인공 광대가 처음으로 왕 역할을 하며 자신의 원래 출신을 떠올리게 되는 음식 중 하나이다. 그리고 소박한 팥죽 한 그릇을 올리는 어린 궁녀에게 마음을 쓰게 되며 다른 백성들의 마음까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 영화를 단지 역사적 실존인물에 대한 사극으로서 왕의 존재성에 주목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팥죽이라는 음식 같은 아주 작은 영화의 소품에 집중해 영화를 바라보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이 채널은 그런 새로운 시각에서 영화를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올려진 그런 독특한 영화와 음식에 대한 해석, 나는 하나씩 클릭해 그만의 해석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 올려진 <기생충> 영화를 보고 식탁에 대해 해석한 채널 주인장만의 독특한 시선에 감탄하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 올려진 것들도 영화 전공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깊이 있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이번 <기생충>에서 식탁에 대한 해석 부분, 짜파구리와 한우 구이를 비유한 부분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의외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짜파구리는 몇 해전, TV 프로그램에서 나와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지극히 대중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분명 사회적 통념에서 상류층이 즐기는 고급음식에 속하지는 않다. 흔히 말하는 서민음식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랄까? 하지만 반대로 한우를 호쾌하게 썰어 구운 음식은 흔히 먹기에는 다소 비싼 고급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두 상반되는 성향을 가진 음식을 함께 섞어 만드는 한우 짜파구리라는 음식은 이 영화 속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으나 한 그릇 안에 담겨버리는 그 음식, 식탁의 의자 배치만으로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해석을 통해 이미 영화를 보았음에도 다시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것, 나도 다음에는 영화를 볼 때 나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재미를 찾아봐야겠다.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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