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건축, 공간에 시간의 흔적과 새로움을 융합하다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4.03 17:45 | 최종 수정 2020.04.14 14:45 의견 0

‘건축’분야라는 것을 처음 들으면 마치 예술품이 될 법한 값비싼 디자인의 건물을 세운다는 생각에 매우 어렵고, 난해하며, 낯선 분야처럼 사람들이 느낀다 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건축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필수적인 분야 중 하나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매일 출입하는 회사나 학교 건물, 커피숍 같은 가게가 들어서 있는 상가 건물 모든 것들이 바로 건축이며, 하나의 건축물을 보면 그 건물의 외관과 구조를 보는 것만으로도 언제쯤 유행하고, 언제쯤 지어진 건물인지 대략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룸 같은 작은 집을 구하는 데에서도 건축이 얼마나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시시각각 자주 변화해왔는지 알 수 있다. 10년 전 서울시내 대부분의 원룸과 최근 신축으로 지어지는 건물은 구조와 크기 모든 것이 다르며, 외벽 역시 붉은 벽돌이나 검은 창틀 대신 하얗고 깔끔한 창틀에 시스템 에어컨이 천장에 달리고 매끄러운 외벽의 세련된 느낌의 건물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듯 건물의 외벽을 보고 그 건물의 지어진 년도와 당시 트렌드를 1~2년 간격으로 가늠할 수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으나 유럽 같은 곳에서는 외벽만을 보고는 내부 구조나 건물의 용도마저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찍이 유럽의 경우 빠른 산업발전을 거듭하며 높은 고층의 콘크리트 건물을 한창 지어 나갔다.

그러던 중 그 획일성과 사라져가는 미적 아름다움, 그리고 사라져가는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옛 형태의 건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법으로 건축물의 외관을 고치는 것을 금지하였다. 이른바 ‘모더니즘 건축에의 반성’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외관을 훼손하지 않는 체,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하여 현대인들이 살기 편리하도록 고치는 새로운 건축 방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재생건축’ 이라 불리는 새로운 건축 트랜드가 시작되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건축 트렌드가 된 것이다.

재생 건축, 간단히 말하면 쓰임을 잃은 과거 건물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새로운 용도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재생 건축’ 이라는 용어만 들었을 때에는 서울 연남동, 연희동 일대에 주로 많은 ‘주택 개조 카페’ 같은 것을 상상하게 된다. 외벽은 낡고, 공사가 덜 마무리된 것 같은 거친 모습을 하고, 내부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나 카페로 개조된 건물 말이다.

물론 그런 건축물 역시 재생 건축의 일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앞서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재생건축에 관심을 가져왔다. 일례로 화력발전소 건물을 개조해 모던 미술관으로 만든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사례, 제철공장을 개조해 1997년 개장한 독일 뒤스부르크 환경 공원, 중범죄자들을 수감하던 감옥을 개조해 2007년 새롭게 호텔로 개장한 핀란드 헬싱키 카타야노카 호텔 등등, 더 이상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신구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노력은 꾸준하게 있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 대한민국이 새로운 건축 트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이나 각종 특집 기사를 통해 오래 된 시골집이나 한옥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영업 중이라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다. 혹은 귀농을 한 사람들이 값싼 구 건축물을 구입하여 재생 건축을 통해 전혀 새로운 건물로 바꾼 뒤 거주 혹은 판매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런 트렌드에는 재생 건축에 드는 비용이 신축의 6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도 유행의 한 이유라고 지목하기도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것을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오래된 것을 새롭게 사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환경보호적인 면에서도 더 좋은 트렌드일 수 있다. 재생 건축,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이 재미있는 조화가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건물을 만들어낼지 주목할 만하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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