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던 ‘뽑기’ 과자, 달고나로 다시 태어나나?

신재철 기자 승인 2020.12.12 02:55 의견 0

시대가 흐르고, 트렌드가 변화하면 반드시 새로 만들어지고 생겨나 늘어나는 것이 있다. 하지만 반면 없어지고,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은 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은 사라지는 명확한 이유가 있고,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공백을 느끼기 어려워서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커피 자판기, 불과 10~15년 전만해도 건물 어디에서나 1층엔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휴게실에도 마찬가지였다. 100원~200원 정도 하던 다방 커피 자판기 한 잔을 친구와 마시며 대학 독서실에서 시험공부로 밤을 세우던 기억이 있던 시절에 커피 자판기는 우리 일상에 가장 필수적 존재였었다.

네스프레소 기계를 탕비실에 구비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커피 자판기가 위생상 좋지 않다는 여론이 늘어났다. 식음료를 대신하기 위해 골목마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파는 카페가 늘어났다. 그리고 커피 자판기는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학교 앞 ‘뽑기 아저씨’ 역시 그렇게 우리가 미처 신경조차 쓰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사이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 중 하나였다. 아주 예전, 무려 1950년대부터 있었다고 하는 학교 앞 ‘뽑기 과자’ 아니 지금은 ‘달고나 과자’ 라고 부르는 게 트렌디하다고 해야 할까?

국자에 설탕과 베이킹 소다를 조금 넣고 막 휘저어 설탕이 끈적하게 녹으면 설탕 뿌린 철판에 ‘턱’ 하니 올려 모양 틀을 한 번 눌러주면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핀에 침 묻혀가며 모양대로 조각내 공짜로 한 조각 더 얻어먹기 위해 고분 분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불량과자가 사라지지 않고 새롭게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사먹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던 과자, 하지만 이제는 가장 최신 유행의, 10~20대들을 열광하게 하는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사실, ‘달고나’ 의 유행은 독자적으로 달고나 하나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에 의해 유행이 되었다기보다는 여러 매체와 마침 불기 시작하는 뉴트로 열풍에 편승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바야흐로 ‘뉴트로’의 시대가 아닌가? 음악도, 옷도, 사는 방식이나 인테리어, 소품 하나까지 모두 뉴트로 열풍이 부는 이 시점에서 식 문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카페 & 디저트 트렌드에도 뉴트로가 빠질리 없다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여러 뉴트로 먹거리 중에서도 유독 달고나에 사람들이 집중하게 된 이유에는 Tv예능 프로그램이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월 KBS 편스토랑에서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 여행기에서 달고나와 비슷한 음료를 마시는 장면이 나왔었다. M사 ‘전지척 참견시점’ 에서는 이영자가 자신의 맛집이라며 ‘달고나 밀크티’를 소개해 이후 온갖 달고나를 얹은 음료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주 예전에는 집에서 쇠숟가락에 설탕을 넣고 젓가락으로 휘저어 만들던 (만들다가 엄마에게 들켜 등짝 스매슁 깨나 맞아본 30~40대의 향수를 자극한다.) 소량의 달고나가 아니었다. 베이킹용 철판에 대량으로 달고나를 만들고, 부숴서 음료나 커피에 섞고, 케익 같은 베이킹 류에 토핑으로 뿌리고, 달고나는 그렇게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요거프레소, 홍루이젠, 공차, 여러 커피 프렌차이즈 점에서 달고나 음료와 디저트를 연달아 내놓기 시작했고, 달고나는 그렇게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추억을 먹고 마시고 즐긴다.’ 살짝 그을린 향이 나는 설탕의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학교 앞 좌판에서 뽑기 한 번쯤 띠어보고, 학교 앞 매점에서 150원짜리 다방 커피 마시던 고등학생도, 2020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학교에 가는 10대 청소년들에게도 통하는 달고나의 매력, 아마 2020년에도 꾸준하게 이어질 것 같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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