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인적인 일이 가장 창의적인 일이다.”

또 다른 꿈을 꾸는 자들에게 남기는 거장의 한 마디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2.11 03:52 | 최종 수정 2020.02.24 21:44 의견 0

◆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오스카 4관왕

2월 10일, 9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영화계 최고의 축제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행사로 꼽히는 미국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 그 자리에 선 아주 익숙한 한국 배우와 한국 감독들이 세계 영화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날이 되고야 말았다. 그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작품상까지 주요부문 4관왕의 획득한 것이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한국 영화의 국제적인 위상, 칸 영화제를 비롯해 국제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상에 세계 모든 이들이 놀랐던 것은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백인 미국인들의 천국이라는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 에서의 수상이었다는 점, 그리고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처럼 시상식에서 가장 초미의 관심사인 주요 부문을 모두 석권했다는 점이었다. 

오스카는 워낙 보수적인 백인들의 잔치였다. 오죽하면 미국 사회에서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백인들과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흑인이나 유대인들의 수상도 역사적으로 92년이라는 시상식 개최기간동안 몇 번 되지 않을 정도였다.

더더군다나 작품상은 비영어권 영화가 받은 사례가 92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죽하면 한 해는 이런 오스카의 백인 우월주의를 비꼬듯 시상식 내내 트위터와 SNS에 #Oscartoowhite 라는 해시태그가 달리기도 했었다. 문화는 인종과 문화와 모든 것을 초월해야한다고 말하는 그들이었지만 정작 영화제 시상식의 주인공은 늘 백인, 남성에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기생충> 이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상 등을 수상하는 동안에도 ‘오스카는 무리야.’ 라는 말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 본인조차도 그간의 인터뷰에서 오스카 수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오스카는 국제 영화 축제가 아니잖아? 그건 매우 지역적인(로컬) 축제지.’ 라고 말하며 논란을 일축한 바 있었다.

영어로 상영되지도 않았으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어 영화, 아시안계 감독의 영화의 손을 그들은 들어주었고, 자신들이 더 이상 예전의 구습에 치우쳐 퇴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게 된, 이제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유명한, 세계적인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너무나 영리하게 그 자신의 노력을 치하 받고, 또 자신을 세워준 미국의 백인, 영화인들을 만족시킬만한 수상 소감을 말했다. 바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고, 가장 미국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감독상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하겠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영화를 배우며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던 시절부터 마음에 새기는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일이다.’ 라는 말을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의 책에서 보았다고 수상 소감의 가장 첫 마디를 열었다. 그 한 마디를 보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를 보며 자신도 꿈을 꾸었고, 지금 이 자리에 같이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영광이라고 말이다.

그의 그 말 한 마디에 가장 미국인의 존경을 받는 한 노장 감독의 영향력으로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감독이 이 위대한 영화를 받았노라고 말한 그의 수상 소감 한마디가 이 영화들이 절대 인종이나 국적, 언어의 차별로 인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성이 하나가 되듯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줄 하나의 문화이며 하나의 축제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인들에게 전달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인이며, 누구보다 수상을 바랬을 그 누구도 ‘설마 오스카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번 수상은, 단지 한 감독의 수상을 넘어 한국 영화계와 문화가 세계 무대로 한 발 내딛어 주류로서 인정받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저작권자 ⓒ유튜버월드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