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키운 아이가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성공한 건축가 료타는 여섯 살이 된 아들 케이타와 전업주부 아내 미도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케이타는 온순한 성격만큼이나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다. 료타는 자신과 달리 경쟁심과 욕심이 없는 아들 케이타를 내심 걱정한다.
그러던 어느 날, 료타와 미도리는 6년간 키운 아들 케이타가 친자가 아니라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의 핏줄인 류세이와, 케이타 모두를 원했던 료타는 류세이를 키웠던 유다이 부부에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류세이를 달라고 말하지만 유다이 부부의 거센 반대로 포기하게 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서먹했던 료타는 오랜만에 아버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아버지는 핏줄이 더 중요하다 말하지만 새엄마의 의견은 달랐다.
“피가 연결되지 않았어도 같이 살다보면 정도 생기고 닮아가기도 하지. 나는 그런 마음으로 너희들을 키웠어.”
새엄마의 말에 료타의 생각은 많아진다. 주말마다 서로의 아이를 데려가서 생활하던 두 아버지는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유다이: “지난 반 년 동안 케이타가 나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걸 압니까?”
료타: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었어요. 회사 일이 너무 바빴죠.”
유다이: “아이들에겐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해요.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 하는 거죠.”
그제야 료타는 자신이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부모들은 결국 아이들을 핏줄에 따라 맞바꾸어 키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류세이는 료타의 엄한 가정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을 한다. 반면, 케이타는 유다이를 아빠라고 부르는게 미션이라는 료타의 말에 순응하며 유다이의 집에서 나름 적응하며 지낸다.
료타는 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류세이를 보며 자신의 육아 자세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놀아준다. 하지만 류세이는 계속해서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그런 류세이를 보며 료타는 케이타의 빈자리를 느낀다.
그러다 우연히 케이타가 찍은 사진을 발견한 료타는, 자책과 뉘우침의 눈물을 흘린다. 사진 속 그의 모습은 대부분 자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케이타에게 소홀했음을 깨달은 료타는 류세이를 데리고 케이타를 찾아 유다이의 집으로 간다. 하지만 이미 료타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던 케이타는 무작정 도망을 치고 료타는 그런 케이타를 따라 걸으며 말한다.
“케이타가 너무 보고 싶어서 보러 왔어. 이제 미션은 끝났어.”
갈라졌던 두 길이 하나로 이어지며 두 사람은 다시 만나고 료타는 케이타를 진심으로 안아주며 사과한다. 두 사람은 유다이의 집으로 함께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아빠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기른 정일까, 낳은 정일까? 곧장 안방으로 달려가 아빠에게 물어본 결과 아빠는 ‘기른 정’을 선택했다. 너를 입히고 키웠던, 눈을 맞추고 웃었던 그 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냐고. 그건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좀 감동했다.
영화에서도 말했듯이 부모 자식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다. 서로 함께했던 시간, 공유한 많은 추억, 그 모든 것들이 쌓여 가족이 되는 것이다. 이건 혈육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함께한 시간과 감정의 교류가 있다면 그들은 가족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영화 속 료타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료타가 류세이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 순간부터 그는 류세이의 아버지가 될 자격을 얻었고, 케이타의 슬픔을 이해한 순간 진짜 아버지가 되었다.
이처럼 모든 관계는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가장 이해해야 할 가족에게 소홀한 경우가 많다. 너무나 가깝고 당연한 존재이기에 그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유충이 땅에서 나와 부화하는데 15년이 걸려요.”
매미가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는데 15년이 걸리는 것처럼,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을 노력하며 공유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교훈이 아닐까.
‘처음부터 완벽한 관계는 없다. 서로의 노력과 시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만 있을 뿐’
지금부터라도 괜찮다. 평상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그 사랑을 표현해보자. 어색하고 민망해도 그 노력을 이어가다보면 분명 가까워질 것이다. 이처럼 쌀쌀한 가을 날,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추천한다.
[안지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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