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표가 없는 어른이들이 꼭 봐야할 영화

영화 [소울] 감상평

안지수 기자 승인 2023.11.13 04:59 | 최종 수정 2023.11.30 17:00 의견 0


영화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무명 재즈 피아니스트로 화려한 무대를 갈망하며 살지만 현실은 음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제 교사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의 유명한 재즈 뮤지션 도로테아의 밴드에서 피아니스트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조는 그곳에 응시한다. 결과는 합격! 드디어 원하던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기쁨에 정신없이 걷던 조는 그만 사고를 당하고 식물인간이 된다.

눈을 떠보니 이곳은 사후 세계였고 필사적으로 탈출한 조는 영혼들이 탄생하기 전에 머무는 인생 연구소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어린 영혼들이 각자의 멘토와 함께 자신의 삶의 목표를 의미하는 ‘스파크’를 찾는 곳이었고 그걸 얻으면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조는 관리자의 착각으로 얼떨결에 어린 영혼 22번의 멘토가 된다. 하지만 22번은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영혼이었고 조와 22번은 함께 지구로 떨어지는 해프닝을 맞게 된다. 심지어 22번은 조의 몸 안에, 조는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 보는 세상에 신기해하던 22번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경험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몸을 되찾은 조는 평생 꿈에 그리던 재즈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지만 물밀 듯 밀려오는 공허함에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조를 보며 유명한 재즈 연주자는 조언을 해준다.

“어린 물고기는 나이든 물고기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지. ‘전 바다라고 불리는 것을 찾고 있어요.’ 나이든 물고기가 말했어. ‘지금 네가 있는 곳이 바로 바다란다.’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말했지. ‘여기라고요? 이건 물이에요. 제가 찾고 있는 건 바다라구요!’”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주제는 ‘스파크’ 즉 동기부여다. 직업체험이나 위인들의 삶을 경험하며 스파크가 생기는 어린 영혼들을 보면 ‘아, 스파크는 꿈을 말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음악은 내 전부에요. 오늘 내가 죽는다면, 내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끝날까봐 두렵다고요!”

이 대사처럼 조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 여길 만큼 꿈에 대한 열망이 컸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최고의 무대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

‘오직 목표만을 위해 살아가다가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목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성취해내지 못하면 스스로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더 필사적으로 앞만 보며 달린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영혼에게 목적을 부여하지 않아요. 스파크는 영혼의 목적이 아니에요. 당신들의 열정, 목적, 삶의 의미...너무 1차원적인 생각이에요.”

이 영화의 말대로 우리는 그동안 돈, 명예, 꿈처럼 무언가를 이루는 것만이 삶의 이유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목적을 이루고자 태어난 게 아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실패한 인간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저 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순수한 눈으로 일상의 행복을 찾아낸 22번과 그런 22번을 보고 잊고 있던 일상의 행복한 순간들을 깨달은 조. 음악적 성공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실패한 인생이라고 여겨왔던 그 생각이 너무나 무색하게도 매 순간 그의 인생은, 잊고 살았던 순간의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저 자신만 모르고 있었을 뿐.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 달리는 건 정말 용기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토록 갈망하던 꿈조차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치고 힘들 때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거창한 목표나 꿈이 아니다. 벤치에 앉아 느끼는 선선한 가을바람, 산책하며 돌아다니는 강아지들, 내 마음을 울리는 노래 가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저녁식사처럼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꿈도, 목표도, 이렇다 할 열정도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그래서 스스로가 쓸모없게 느껴진다면, 잠시 걸음을 멈춰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상의 선물들을 떠올려 보는 게 어떨까. 오늘도 하루를 살아냈음에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안지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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