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고증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재미를 꿈꾸다. 퓨전사극의 인기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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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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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월화극 1위를 수성 중인 드라마 <홍천기>, 그리고 얼마 전 시작한 <연모>, 이외에도 올 하반기에 방영 예정인 드라마 리스트에는 한 가지 장르가 빠지지 않는다. 바로 <퓨전사극>.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에서 사극은 빠질 수 없는 꾸준한 장르이다. 정통사극부터 퓨전사극까지, 정통사극이야 중장년층의 꾸준한 인기를 등에 업고 내내 KBS를 비롯한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해왔던 ‘시청률 보증 아이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이전, 넷플렉스의 한국 오리지널 작품 중 가장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 <킹덤> 시리즈 역시 한국 사극이었지만 좀비와 판타지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퓨전 사극이었다. 요 1~2년 사이에는 <철인왕후> 나 <달이 뜨는 강>, <백일의 낭군님>, <보보경심: 려> 시리즈 가 공중파, 케이블에서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며 그 가능성을 꾸준하게 증명하기도 했다. 몇 년 전에도 <성균관 스캔들> 이나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같은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퓨전 사극이기에 전통적 고증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아름다운 한복이나 전통의상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다는 점, 역사적 왜곡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퓨전 사극의 인기를 더욱 부추겼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퓨전사극 제작 열풍을 뒷받침할만한 훌륭한 웹툰, 웹소설, 로맨스 소설 원작들이 충분히 있다는 점도 인기를 이어가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사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현대극에 비해 스토리를 구성하기에 기본 틀을 갖추기 더 쉽지만, 사극이 지켜야 하는 역사 고증 때문에 기존의 전통 사극은 젊은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기 쉽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퓨전 장르’ 이기에 좀 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하며 사극이 가졌던 장점과 현대극의 장점을 적절히 혼합할 수 있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퓨전 사극의 차별점은 그것 뿐일까? 역사적 왜곡과 고증의 차이? 실제로 퓨전 최근에 방영된 퓨전 사극들을 보면 그것뿐만 아니라 많은 부문에서 현대적 차별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홍천기> 같은 경우는 원래 로맨스 소설 원작을 가지고 있으며 마왕과 판타지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 좀 더 화려하고 신비로운 볼거리를 더했다. <연모> 같은 경우는 남성만 왕이 될 수 있다는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나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 쌍둥이로 태어난 여아가 왕이 되는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로맨스적 요소를 더해 그려내고 있다. <연모>처럼 기존에 사극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여성의 캐릭터를 주연급으로 끌어올렸다는 것도 퓨전 사극에서만 허락된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고, 왕이 되고, 무언가를 바꾸는 주체가 된다는 점은 바뀐 현대적 사회 인식을 반영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함으로서 좀 더 젊은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는 캐릭터를 구축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퓨전사극에 공중파와 케이블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데에는 점점 티비 방송으로부터 멀어저 OTT 시장으로 유입되는 젊은 층을 대신해, 여전히 TV 방송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이 늘 열광했던 사극 장르를 활용해보려는 시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사극과, 그 사극을 함께 볼 수 있는 젊은 층의 기호까지 충족하기에는 퓨전 사극만한 것이 없었다는 뜻인 것도 같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멋을 보여주는 퓨전 사극의 열풍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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