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튀기거나 삶지 않고 이렇게 하는 법을 배웁니다”

조은주 기자 승인 2022.03.25 03:41 | 최종 수정 2022.03.25 03:44 의견 0

‘집 나간 아들’

유튜브 제목만으로, 마치 이 유튜브에 올려진 모든 영상을 본 것 같은, 이 유튜버의 정체성을 간파해낸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그런 생각에 보게 된 채널, 이 채널은 ‘집 나간 아들’ 이라는 단어에서 내가 했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법한 25만 명의 사람들이 구독하고 있는 나름 인기 있는 채널이다.

‘집 나간 아들이 왜?’

내가 대학 시절에, 우리 학교에도 집 나온 아들이 몇몇 있었다. 물론, 나를 포함해 집 나온 딸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부모님의 보호와 엄마의 따뜻한 옷, 늘 개어져있는 옷가지를 혜택인 줄도 모르고 편안하게 살다가 첫 독립을 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몸은 집 밖에 나와 있었고, 밥도 빨래도 청소도 이젠 내 일이었지만 어쩐지 마음속에선 아직 엄마아빠의 자식이었고 빨래도 밥도 청소도 내가 하는 게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잘 지내고 어엿한 사회인이자 ‘프로 자취러’가 되었을 때, 그제서야 첫 독립을 한 내 동생이 했떤 말이 채널 영상을 보다가 오랜만에 기억이 났다. ‘언니! 욕실 청소를 뭘로 해?’ 그랬다. 내 동생 역시 20살의 나처럼 이제 막 ‘집 나온 딸’ 이었던 것이다.


‘집 나오면 고생이다.’ ‘엄마 옆이 최고다.’

이런 진리를 왜 독립하기 전에는 몰랐을까? 집 안에는 내가 못 하는, 엄마는 너무나 쉽게 하던 집안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한 달여는 라면에 김치를 넣고, 라면에 햄을 넣어먹으며 살다가 요리를 하나씩 해보고, 하나씩 만들어질 때마다 내 자신에 대한 뿌듯함에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채널 안에 영상을 하나씩 클릭해 보면서 왠지 20살의 내 대학 시절, 첫 자취생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었지.’ 라는 향수에 젖게 되는 것이다. 나처럼 자취생 시절이 청춘 저 멀리 지나가버린 사람들은 이 채널을 보면서 이런 추억팔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이제 막 자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취 꿀팁’을 알려주는 채널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일한다고 너무 많이 사 버린 계란 잘 먹는 방법, 엄마가 시골에서 보내줬으나 어떻게 까서 먹어야 할지 난감했던 밤, 싸길레 한 통 다 사버렸으나 몇 개, 몇 장 먹지도 않고 다 시들어 버릴 것 같은 야채, 이런 야채 어떻게 해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프로 요리 유튜버처럼 근사한 조리도구와 다양한 향신료, 현란한 요리 실력 따위는 필요 없는, 그저 밥 숟가락과 전자렌지 정도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요리도 잔뜩 올려져 있었다. 대부분 집에서 요리 해 먹지 않는 시대에, 정말 생활에 필요한 건 이런 ‘꿀팁’ 영상 아닐까? 그런 면에서는 자취러들에게 꿀팁을 전수해주는 꿀맛같은 채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래서 25만 명이 넘는 많은 분들이 이 채널을 구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 자취’

모르는 것만 많고, 아직은 엄마밥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도저히 ‘내 집’ 같지 않은 생활, 그 생활도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지만 그때엔 뭐가 그리 우왕자왕, 시행착오 투성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 시절을 잠시나마 이 곳을 통해 추억해보며 나름 소소하게 재밌었다.


유튜버월드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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