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라 안팎으로 ‘아프간 난민’ 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다. 난민을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척 할 것인가, 수용한다면 어떻게 이후의 문제에 대비할 것인가 하는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문제가 8월의 중반, 어느날 갑자기 전 세계를 뒤덮은 것 같다.
‘난민’ 모 배우가 몇 년 전, 제주도에 난민을 임시 보호, 입국 허용하는 문제로 국내가 시끄러웠을 때 ‘인도주의’에 따라 난민을 수용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해 언론과 대중의 뭇매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그 배우가 받았던 비난만큼,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이슈가 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자취를 감춘 것은 TV에 수없이 나오던 난민과 구호에 대한 광고들이다. 언제나 인도주의에 따라 모든 사람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유니세프적인 구호를 주장하던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평소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사람들도 실제 난민이 발생하자 모두 자취를 감춰버렸다. 마치 이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이다.
물론, 이 일의 시작은 정치, 외교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결국 며칠 전, 수송기에서 내려 주변을 기웃거리며, 우리나라 군이 나눠 준 분홍 곰인형을 꼭 끌어안고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가 생각했던 수많은 논쟁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루한 행색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급박하게 나고 자란 곳을 떠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태어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것 같은 아이를 놓칠까 꼭 품에 안은 엄마, 엄마를 놓칠까 주변을 둘러보고, 아버지의 등 뒤가 가장 안전한 것 마냥 숨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그 2만원 짜리 인형을 왜 국민의 세금으로 사주느냐는 인터넷 댓글을 쓴 사람이 누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들이 떠나온 이유가 정치적 이유가 아니었듯, 우리는 지금 이해득실과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따질 때가 아니라, 자식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짐을 싸, 온갖 두려움 속에 이 먼 나라까지 와야했던 가족으로 볼 수 는 없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인도주의나 난민, 유니세프와 제3국 구호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내 가족을 위한 일을 해 나가는 것만으로 하루가 꽉 찬 평범한 대한민국의 국민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아무런 죄도 없이 난민이 되어야만 했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몇 년을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먼 나라에서 동거동락하며 정을 쌓고, 그 정이 소중해 다시 그들을 데리러 가는 대사관 직원분의 진심에 감동하기로 했다.
적어도 그 사람들에게는 국적과 종교를 떠나, 함께 일한 동료이며,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었을 테니 말이다. 무조건적인 인도주의와 난민수용은 물론 쉽지 않은 문제이며 신중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아프간 특별공로자 390명을 특수부대원과 수송기를 동원해 데려오기까지 모든 과정은 그 일에 진심으로 사력을 다했던 이들의 마음의 결과가 아니었나 한다.
2만원짜리 곰돌이 인형, 그 인형을 꼭 안고 11시간이라는 시간을 차가운 군 수송기에 앉아와야했던 아이의 마음은 어땟을까.
우리 역시 불과 몇 십년 전, 한국전쟁이라는 큰 전쟁 속에, 미군이 던져주는 초콜릿 하나, 오래된 밀가루 보급품 하나에 목숨을 빗지고 살아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미군에게 초콜릿 하나는 작은 동정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받은 어린 아이에게는 세상을 다시 살아가고 의지를 가지게 하는 큰 힘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돈의 가치가 아닌 마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그런 인정인지도 모른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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