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민초(=민트초코)’를 만난 것은 20살, 대학에 들어가 처음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을 때였다.
친구가 자신만만하게 시키는 파란색 아이스크림. 일단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이 들어갔다는 말에 무심코 먹었다가 ‘이건 치약 맛이잖아!’ 라고 외쳤다. 그리고 친구는 ‘치약에 민트가 들어가는거지!’라고 응수했다.
그렇게,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처럼 ‘치약에 민트가 들어가는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치약 맛인 것인가’라는 말도 안 되는 논쟁을 했다. 그런 논쟁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뿐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될 무렵,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탕수육을 '찍먹'으로 먹느냐, '부먹'으로 먹느냐 만큼이나 극명한 호불호를 자랑하는 이 민초논쟁, 왜 사람들은 민트초코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로 이렇게 나뉠 수 있는 것일까?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의 논쟁을 두고, 최근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논쟁 아닌가라고 하겠지만, 사실 이 논쟁은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알려진 것은 1973년, 영국 왕가의 공주 결혼식에 사용할 디저트를 찾던 공모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민트 로열’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민트초코는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사랑하는, 가장 서양에서 대중적이고 많은 이들이 먹는 아이스크림 중 하나이다. 그리고 매년 꾸준하게 인기를 유지하던 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은 올해 더 ‘유행’ 조짐을 보였다.
SPC계열의 파리바게트에서는 ‘민트초코단’을 대량 양산하겠다며 올해 ‘쿨 민초 컬렉션’ 까지 내놓았다. 바야흐로 ‘민트초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좋아하는 파와 절대 먹지 않는 파로 나뉘는 이 트렌드를 테마로 고객을 잡고자 수많은 민트초코 아이템을 만들어 내놓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먹느냐, 먹지 않겠느냐, 사느냐 사지 않겠느냐 라는 논쟁을 할 고객들을 배려하여 하나의 케익에 민트초코 부분과, 다른 맛 부분을 반반씩 섞은 케익까지 내놓았다.
그야말로 민초파이든, 반(反)민초파이든, 다 잡겠다는 전술 같은데, 이게 생각보다 독특한 비쥬얼과, 민초파와 반 민초파의 소소한 논쟁꺼리까지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던킨도너츠에서도 민트 초코 폼을 얹은 아메리카노를 출시하는가 하면, 베스킨라빈스에서는 부동의 스테디셀러인 민초 아이스크림을 업그레이드한 봉봉 제품을 새로 내놓았다. 그야말로 2021년 올해를 민초의 여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드러나는 몰이가 아닐 수 없다.
‘디저트일 뿐이라고?’ 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류회사 무학이 내놓은 좋은데이 민트초코 소주는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어 서로서로 선물하는 특이 아이템으로, 혹은 한 번 도전해보고싶은 아이템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제과 업계에서도 각종 민트초코맛 특별한정판 과자를 내놓으면서, ‘여름엔 민초’ 라는 공식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부던한 노력이 돋보이는 여름이 아닌가 싶다. 민트초코는 너무나 소수 마니아의 것이라고, 오래된 스테디셀러일 뿐이라고 하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만큼 ‘민초단’이라고 불리는 견고한 고객층을 확보하기엔 적합한 아이템으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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