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의 죽음과 우리 사회의 ‘갑’과 ‘을’

인격과 지성은 반비례?

신재철 기자 승인 2021.07.19 23:43 의견 0

인간은 생태계 전체로 볼 때 상위포식자에 속한다. 그리고 그런 생태계의 포식자 서열에서 모기나 나비, 벌 같은 곤충류는 하위 카테고리에 속한다.

하지만 언젠가 보았던 연구결과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 이 생태계를 존재하고, 안정하게 만드는 데 가장 필수적인 존재는 나비와 벌, 모기 같은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벌이 꽃을 날아다니며 화수분을 서로 옮겨 주어야 꽃이 번식을 하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먹는 새나 다른 작은 동물들이 생존하며, 그 동물들이 있어야만 인간 같은 상위포식자들의 먹이사슬 관계가 가능해진다.

이것이 대체로 생물학자들이 말하는 이론이다. 그리고 그 이론은 비단 생물학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학적인 우리 사회의 순환 원리에도 적용된다. 우리 사회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공존할 수 있는 곳으로 유지 시켜주는 것은 몇 명의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해주는 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세상 어느 것 하나도, 혼자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절대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름’을 이해함에 있어 자신을 기준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그 나름의 특성과 처지가 있음을 늘 주의해야만 우리는 지금처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이 있고, 더 높은 위치에 있고, 더 많이 가진 사람보다 거리를 청소해주시는 환경미화원, 건물을 청소하시는 분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를 지켜주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늘 감사함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하고, 지적으로 성숙하다고 생각되는 서울대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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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에 이어 또 다시 청소노동자가 숨진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정문

이미 몇 차례 불거졌던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특히 여러사람들의 분노와 공분을 사고 있는데, 단순히 강한 노동 강도로 인한 과로사가 아닌, 오랜 기간에 걸쳐 노동환경을 개선해주지 않고, 청소노동자분들께 영어와 한자 시험을 치르게 하는가 하면, 시험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꼬듯 비판하며 인격 모독까지 이뤄졌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노동하기 편한 옷을 입었을 뿐 그것이 학교 분위기를 해치거나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간섭하는 등, 중간관리자격인 관리자까지 이런 갑질에 가세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이 대한민국 최고수준의 대학에서, 가장 수준 높은 학생들이 함께하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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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민노총의 규탄 기자회견

너무 과도한 업무 강도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려던 고인이 보낸 간절한 문자에 서울대 측은 ‘늘 억울하시겠네요.’ 라는 답을 보냈다. 무조건 업무를 가중시키고, 다 하지 못한다면 외주로 청소를 분담하는 비용만큼 월급을 깍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저 문자 하나만을 보고도 얼마나 고인이 느낀 모욕감이 심했을지 상상할 수 있다. 임금협상에서도 늘 인격체로 전혀 취급하지 않았고, 한 건물의 쓰레기를 한 번에 모아 1층까지 가지고 내려오다보면 쓰레기 무게가 너무 무거워 위험하니 이를 도와줄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청 등에도 관리자는 무시로 일관했다고 한다.

여유롭지 않은 살림이지만 자식과 가족을 위해 일하던 고인이 그런 갑질 앞에 제 목소리를 내며 자신을 보호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전에도, 그 이후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이제는 중간관리자까지 이 갑질에 동참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왜 아직도 노동자의 권리에 이토록 매정한 것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유튜버월드 신재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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