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처방전으로 상처의 흔적을 지우다

내면의 상처와 우울함을 꺼내주는 채널 '이모르'

조은주 기자 승인 2021.07.06 15:53 | 최종 수정 2021.07.10 23:56 의견 0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가 그린 그림

얼마 전, 광주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버스 정류장을 덮쳤고, 그로 인해 그 순간에 그 거리를 지나가던 중이었던 사람과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돌아가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찰나의 순간, 그런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수 있을까? 질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어떤 이유라도 찾을 수 있을 텐데, 말 그대로 천재지변 같기도 하고, 1초의 순간에 갈라져버린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보고나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이렇게 허무하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그런 죽음의 경계선을 이미 여러 번 겪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참사 등등, 우리가 기억하는 일만해도 한 두 개가 아닐 정도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속에는 1초의 찰나의 차이로 돌아가신 분도, 살아계신 분도 있었다. 돌아가신 분의 억울함과 슬픔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운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과연 어떨까?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분들은 천행이라고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계실까? 실제로는 생존자 분들 역시 살아있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심지어 자살을 선택 하시는 분까지 있다고 한다.

물론 그분들이 살아서 다행이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진심이겠지만, 그 자리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해야만 했다는 점에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계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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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1995년 6월 25일’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 얼마나 있을까? 어린 시절, 강남에 어느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런 고급 백화점이, 그것도 통째로 무너졌다는 소식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실제 일어났고, 2021년이 된 지금, 이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과거라며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책이 출간되었다. ‘나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자신을 산만언니라고 말하는 작가는 ’ 삼풍 붕괴 현장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홀리듯 한 발을 뗀 찰나의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천운을 타고 태어나 생존한 사람이라고 다들 좋아했지만, 작가님의 삶은 아무것도 행복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즐겁지 않았고, 그 어떤 순간에도 ‘어차피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릴 것을, 왜 이렇게 살아야하지?’ 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약에 기대어 살아오기를 십수 년, 작가님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 책을 출간했다. 무언가 자신 안에 있는 불구덩이 같이 뜨거운 울분과, 세상을 향한 허무함을 쏟아내고 싶으셨던 것일까?

작가님은 ‘이모르’라는 채널에 나와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 채널은 작가님처럼 마음의 상처를 가진 분들의 상처를 듣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준다. 그림치료라고 불러야 할까? 자신 안에 있는 어떤 감정을 끄집어내 표현한다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치유의 한 과정 같아서 채널 자체가 정신 상담을 받는 상담소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번에 올라온 영상 이외에, 성폭력이나 학폭 등 여러 피해자분들이 이 채널에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달라고 의뢰하곤 한다.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을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이야기를 듣고 그림으로 표현해주시는 것을 보면 채널을 단지 유희적인 목적이 아니라 이런 치유의 공간으로도 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산만언니의 말을 들으며, 유튜버님이 그리신 그림을 보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얼마나 많은 슬픔과 트라우마들이 사람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유튜버월드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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