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공예가 장현승의 자유로운 정원 free-spirited naturalist garden

정원의 발견 Wonders of Garden - 오 마이 가든 채널

조은주 기자 승인 2021.06.08 06:19 의견 0

▲ 17년 전 무작정 꽃을 심기 시작한 주인공의 이야기 - 오 마이 가든 채널

시골 출신인 나의 본가는, 한옥이었다. 요새는 그런 집을 시골에 가야 찾을 수 있거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본가의 소박한 한옥 뒷마당에는 장독대가 있고, 장독대 위에는 흐드러지게 탐스러운 감나무가 있었다. 그 옆으로는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앵두를 따 먹던 앵두나무와 동백나무 같은 것이 있었고, 그 밑에는 엄마가 매년 깨끗이 씻어서 파묻어 놓았던 김치독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뒷마당 한 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가면 우물이 있는 옆 마당이 나오는데 그 우물가 옆에는 작은 포도가 열리던 포도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잘 보살피던 앞마당 건너에는 장미며, 우리 먹이려고 키우시던 토마토 나무 같은 것이 즐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을 돌아보면, 지금이야 빌라나 아파트가 주류가 되다 보니 집 안에 식물이라고 해봐야 화분에 키우는 화초나 베란다 한 켠에 키우는 텃밭 야채 정도이지만 예전에는 어느 집에나 크고 작은 나무와 작물, 그리고 식물이 잔뜩 있었다.

사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거주의 공간이 변한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런 식물이나 꽃을 키우고 바라보며, 정성을 쏟을만한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 그런 풍경을 사라지게 한 이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위 ‘가드닝’ 이라고 하는 꽃이나 나무를 관리하는 일이 여간 손이 가고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잡초도 늘 뽑아주고, 흙이 마르지는 않았는지 계속 만져줘야 하며, 날씨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일 또한 가드닝에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식물에 애정을 가지고 키워나가는 일은 사람과의 관계를 키워나가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 염색공예가 장현승씨의 정원 이야기


‘사람들은 엉겅퀴가 가시가 있는 잡초라고 싫어라 하는데, 저는 엉겅퀴도 하나의 예쁜 존재라고 생각해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따로 있나요, 다 똑같은 사람이죠.....자연은 모두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꽃밭이라고 해서 꽃만 심는 게 아니고 풀하고 공존하고 있어도 눈에 거슬리지 않으면 그건 다 꽃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봄이 여름으로 바뀌고 거리 곳곳에 일렁이는 초록색 물결을 보면서 왠지 가드닝에 대한 영상이 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이 채널을 보기 시작했다. 이 채널에는 각기 다른 자신만의 가든을 꾸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특히 이번에 올라온 영상에서 정말 자유롭고 소박한 예쁜 가든을 보며 뜻밖의 가르침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꽃밭이라고 예쁘고 비싸고, 귀한 꽃만 심는 게 아니라 비록 가시가 있어도, 볼품없는 풀이라 해도, 혹시 이름 모를 들꽃이 어쩌다가 꽃을 피웠다 하더라도 꽃이니 모두 예쁘다는 이야기가 내 마음에 너무나 깊이 박혔다. 사람에 대해 좋고 싫음이 분명한 나는, 모든 것이 꽃이고 예쁘다는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어쩌면 작은 꽃 하나에도 내 기준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나름의 아름다움과 존재를 가지고 있는 소중한 생명인데 말이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정원, 그 정원의 정원지기들, 바쁘고 늘 네모반듯한 도시에서의 일상에서 벗어나, 이런 일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만나 보니 마음이 힐링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튜버월드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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