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60년 넘은 고택을 고친 이유

유성연 기자 승인 2021.01.28 01:35 | 최종 수정 2021.02.15 14:56 의견 0

몇 년 전, 1970년대 강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한 편 있었다. 마치 누아르 영화처럼 만들어진 작품이기는 했으나, 영화의 주요 스토리는 그 시대에 정부의 주도 아래 행해졌던 강남 개발과 그를 둘러싼 땅 투자자들의 투기 전쟁, 그리고 이전까지 논밭만 가득한 소외받던 땅이었던 곳이 어떻게 지금처럼 부의 중심지 강남이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서울은 그야말로 근 10년 사이에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기 시작했고, 강남은 더 이상 거지들이 사는 강 이남의 빈민촌이 아닌 ’강남 부자‘라고 하는 투기로 인해 엄청난 부를 소유한 땅 부자들의 땅이 되었다. 아직도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과연 많을까?

지금이야 ’집‘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강남이며 대도시에 즐비한 주상복합처럼 시멘트와 철골로 만들어진 호화로운 고층 아파트이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집‘ 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곳이란 으레 기왓장을 얹은 한옥집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온 국민이 피난을 떠나며 버려야 했던 곳,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기와며, 서까래, 주춧돌을 쌓고 온돌을 촘촘히 깔았던 한옥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집의 형태이자, 우리의 오래된 전통문화 중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옥을 구경하려면 경복궁이나 안국역, 북촌마을처럼 한옥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지켜지는 일부 공간에서만 우리는 우리의 전통 ’집‘을 만날 수 있다.

사실 한옥이 사라지게 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마당을 싸리비로 쓸어야 하고, 대청마루 아래 놓여진 신에 눈비가 쌓이지 않게 미리 치워두고, 빨래를 마당에 널어두었다가도 거둬들이는 부지런함이 필요한 저택, 하지만 문을 열어두면 온 집안 구석구석 바람이 통할 수 있고, 자연과 함께 살아 숨 쉬듯 흙 냄새, 돌 냄새가 느껴지고, 아랫목 따뜻하게 덥힌 온돌이 있는 한옥.

그런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정서를 느끼고, 사랑하고, 또 살기까지 하는 외국인이 있을까?

이 채널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올라온다. 특히 최근에는 한옥이나 여러 한국 문화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나는 평소 한국적인 것, 전통적인 것을 고수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 고유의 멋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옥 역시 우리의 소중한 문화라고 늘 생각해오고 있다.

그런 나조차 ‘한옥에서 살까?’ 라고 물어본다면 쉽사리 ‘응’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너무나 멋있고 예쁜 집이지만 실제로 살기 위해서는 어지간히 부지런함을 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 노출된 마루나 기와, 문에 바른 창호지 한 장까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없으니, 한옥은 양옥과 달리 그만큼 수고로움이 필요한 곳이 아닐까? 실제로 이번에 올라온 영상에는 다 쓰러져가는 한옥집을 사서, 문에 창호지 한 장, 한 장을 바르고, 마루에 기름칠을 하며 관리하며 살고 있는 한 외국인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무와 길, 빛이 하루의 흐름에 따라 집에 그대로 스며드는 집, 그녀의 집은 한때 폐가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정갈하고 예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집의 단정함만큼 얼마나 이 집의 주인장이 살뜰히 관리해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수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 마다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 그 다양함을 가끔 보고, 함께 즐기고, 공감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한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저작권자 ⓒ유튜버월드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