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유별남’을 떠나 ‘평범함’으로 떠나다

“채식주의자? 피곤하지 않아? 유별나다?”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4.13 21:32 | 최종 수정 2020.04.21 15:45 의견 0

몇 해 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라는 책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 나무가 되려는 꿈을 꾸고, 정신적 환청에 시달리며, 채식을 고집하는 한 여자와, 그런 여자를 이해할 수 없어 정신병 취급을 하는 가족들이 등장했었다.

세계 어느 민족보다 더 선입견과 편견이 강하고, 종전의 관례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이 나라 사람들이 바라보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시선은, 바로 그 책 안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과 다를 바 없었다. 

그때 당시, 당대 최고의 섹시 스타 이효리, 그리고 미스코리아 출신 여자배우 이하늬씨가 자신이 채식주의를 선택했음을 방송에서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냉담하고, 조롱에 가까웠다.

마치 그들이 언제고 고기를 어디에서든 먹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서 감시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이하늬씨가 자신의 친동생이 채식을 할 수밖에 없는 병을 앓고 있어 자연스럽게 동생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배려하다보니 채식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 후에야 그런 시선이 조금 걷히는 듯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채식주의는 마치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거나, 아니면 정신병에 가깝게 유별난 어떤 신념을 가진 특이한 인간임을 증명해야만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몇 년 후, 이제 채식주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비거니즘(veganism), 이미 국제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 인구는 1억 8천 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이미 채식주의에 가까운 식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는 어느 식당에 들어가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채식메뉴를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주문을 할 때 자신이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밝히고 식재료를 조정해서 주문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누군가가 ‘나는 채식주의자인데 채식주의자용 메뉴를 주세요.’ 라고 말한다면? 아마 다른 식당에 갈 것을 제안받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물론 수치로 파악한 현재 채식주의자들 중에 동물성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인은 채식인의 30% 선인 5천 400만 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흔히 채식주의라고 하면 고기와 생선, 모든 육류와 단백질까지 먹지 않는, 채소와 과일만 섭취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채식주의자들은 매우 다양한 분류법으로 나뉜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처럼 ‘페스코 베지테리언’ 이라는 채식주의자들은 생선과 달걀, 우유 등의 유제품도 섭취한다. 이밖에 채소가 아닌 과일, 과일 중에서도 자연적으로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만을 섭취하는 부류도 있다. 그리고 주목해야할 점은 매해 채식 인구는 꾸준하게 증가해 이미 미국의 경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0.5% 전후의 사람들이 새롭게 채식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또한, 국내의 경우 역시 이미 전체 인구의 2~3% 정도가 채식을 선택하였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렇듯 몇 년에 걸쳐 꾸준하게 주류로 편입되어 왔던 채식주의, 하지만 올해부터는 채식주의가 새로운 문화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채식은 외식업계를 떠나 의, 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채식 추구 소비층이 부각되면서 일각에서는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해, 채식 관련한 경제활동을 가리키는 ‘베지노믹스(vegenomics)’란 말을 사용하며 채식주의자를 위해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 의료 상품 등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재료에 섞인 섬유질을 재료로 사용한 ‘피냐텍스’ 의류, 식물의 과육, 잎, 뿌리까지 성분을 추출해 사용하는 화장품의 개발, 출시까지, 우리 사회에서 조만간 채식주의는 더 이상 소수의 유별난 문화가 아닌, 일반적이고 건강을 위한 바른 문화로 자리를 바꿔 앉을 것 같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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