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숨기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들을 알고 싶은 대중, n번방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3.31 21:18 | 최종 수정 2020.04.13 21:37 의견 0

 ‘비밀이 없는 시대’

정보 혁명, 기계 혁명 등의 몇 번의 혁명을 거치며 우리는 우리 손에 들려진 스마트폰과,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를 비롯해 첨단 문물로 인한 편리함을 최대치로 누리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은 매우 편리하다. 특히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빅 데이터 시대가 들어서면서, 예를 들어 A라는 물건을 판매하는 곳과 좀 더 좋은 것을 살 수 있는 장소, 정보를 얻고 싶다면 바로 스마트 폰으로 검색 한 번만 하면 된다. 내가 포털 사이트에서 했던 검색 한 번을 내 스마트 폰과 시스템은 기억하고 내 메일로 그와 관련된 제품, 정보를 보내준다. 내가 접속하는 거의 모든 사이트의 광고 역시 내가 검색했던 A와 관련된 정보들로 채워진다. 하지만 문득, 마치 내 등 뒤에 CCTV가 달린 것처럼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우리는 그 편리함과 나의 사생활, 알리고 싶지 않은 나의 정보까지 감시 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편리한 소통을 위한 채팅 앱들, 누군가는 이런 문명의 이기를 범죄에 이용하고 있다.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대’

그와 동시에, 비밀을 숨기기가 더 어렵고, 그렇게 어렵게 숨긴 비밀일수록 때론 알고 싶지 않은 엄청난 것을 숨기고 있을 때도 있다. 특히 이번 조주빈씨의 n번방 사건은 그런 정보와 시대의 양면성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n번방’ 카카오톡처럼 모든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와 대화를 서버에 저장하고, 복원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과거 정부의 민간 사찰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용자가 늘어났던 ‘텔레그램’ 이라는 어플이 있었다.

그 어플은 서버에 대화 내용을 남기지 않으며, 개인의 톡 내용을 암호화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생활 보호에 예민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암호화와 비밀성이 이번 사건에서는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바로 방을 마음대로 폭파하거나 암호화 하여 참여자들의 신상을 숨길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트위터에 자신의 신체, 성적 부분을 촬영해 공개하는 일탈을 즐기던 미성년자들을 저격, 그들에게 DM을 보내 이를 확인하면 신상을 털 수 있도록 조작했고, 그것을 빌미로 또 다른 성적 매매나 사진, 영상 등을 보내도록 협박하는 악질 범죄 행위를 벌인 것이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들에게 사진을 퍼트리겠다며 마치 노예처럼 협박을 하고, 그렇게 수많은 피해자들을 볼모처럼 음란물을 촬영해 다른 회원들에게 이 음란물을 판매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작년, ‘정준영 사건‘ 이라고 불리는 성매매 및 성 착취가 이런 식의 메신저 공간에서 행해지는 것에 대해 보았다. 그때 여성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느낀 이 사회의 안전에 대한 불신감과 불안감은 생각보다 심했으며, 남성, 여성 간의 성 충돌 문제까지 빚어져 모든 일반 남성들을 잠재적인 성 범죄자로 보는 시각도 일부에서 생겨나 큰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 지기도 전에, 이제는 1만 명 이상의 최소 회원과 돈을 내고 성 매매 및 성 착취를 즐기던 일종의 공범 3만 명이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마주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포감과 혐오감은 이 사건이 주목 받자마자 청와대 국민 청원으로 이 사건의 주도자인 조모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이 n번 방에서 가담한 사람들의 신상을 밝히라는 국민적 여론이 응집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제 주동자가 구속되면서 수사를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이미 그 방에 가담했던 유료 및 무료 회원들의 명단은 경찰에게 넘어갔으며, 그들의 명단 공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진 어두운 일면을 보는 듯 하다. 물론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그 죄질과 참여 인원의 방대함은 사회 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높이기에 충분하기에, 그만큼 투명하고 완벽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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