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기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3.06 15:35 | 최종 수정 2020.03.15 03:04 의견 0

나라 안팎이 ‘코로나19’ 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어수선한 지금, 지난 주, 뜻밖의 배우 한 명의 기부가 논란이 되었다.

배우 이시언씨, ‘나 혼자 산다.’ 같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최근 몇 년간, 나름 잘 나가는 배우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 연예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온 국민이 연일 두려움과 걱정으로 뉴스보도에 귀를 기울이던 때, 그는 하나의 글을 올렸다. 

‘재해구호협회 100만원 기부’ 인증, 무엇이든 SNS에 인증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시대, 그는 자신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 기부를 하고, 그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마땅히 칭찬받아야 하는 이 글에 달리는 사람들의 댓글, 반응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정말 대단하다. 정말 잘 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서 겨우 100만원? 누구는 1억씩 하던데...’

▲배우 이시언

물론, 최근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연예인분들을 비롯한 여러 공인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졌고, 1억을 기부한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보곤 했다. 하지만 1억을 기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100만원이 이렇게 비난을 받은 정도로 작은 금액일까? 라는 회의감에 빠지게 만든다. ‘겨우 100만원’ 대체 그 댓글을 남기는 사람은 얼마나 돈이 많은 사람이기에 100만원을 두고 ‘겨우’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기부’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부란 어느 곳에서나 이어져오는 일이다. 하지만 ‘기부’ 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은 매우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인들의 대부분이 기부나 봉사를 가진 자의 당연하고 고귀한 권리 (=노블리스 오블리제) 라고 받아들이는 반면, 동양인들은 그것을 동정,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특이한 일처럼 취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물며 불과 10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기부가 외국처럼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같은 세계적 부호 1,2위를 다투는 사람들이 몇 백억씩 기부를 하고, 봉사를 위한 재단을 설립한다는 기사가 종종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세상 이야기’ 라고 일축하는 사람이 대다수의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기부란 정말 돈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나,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사람, 정치적 혹은 어떤 대중의 인기를 끌어야 할 의도가 있는 사람, 태생이 봉사정신이 뚜렷한 아주 선한 인격을 가진 일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이시언씨의 ‘100만원 기부 논란’ 은 많은 생각을 해보고, 한국인들이 가진 편협한 시각, 잘못된 기부에 대한 인식에 대해 돌이켜보게 만드는 이슈였다.  

반면, 이시언씨의 100만원이 논란이 되면서 한 편에서는 ‘기부가 정말 순수한 목적이었다면 밝히지 않으면 되었을 텐데, 왜 SNS에 올린거죠? 욕먹을 걸 본인이 자초한 것 아닌가요?’ 라는 시선도 있다. 물론, 그가 왜 자신의 기부 사실을 SNS에 올렸는지 개인의도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기부 사실을 상대적으로 대중의 인식에 비해 금액이 적다고 하여 숨겨야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렇게 볼 수는 없는 문제일 것이다. 기부를 얼마를 했건, 공개 혹은 비공개로 하건, 모든 것은 개인의 자유의사이며, 그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도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기부나 봉사 같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은 널리 알리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일 수 있다. 

실제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역시 ‘선한 영향력’ 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자신만을 위한 개인성에 집중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별개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매우 좋은 현상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선한 영향력이 제 효과를 온전히 발휘하고, 우리 사회가 이 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선한 행동을 아무런 편견이나 잘못된 편견 없이 받아들여주고 칭찬해줄 수 있는 관용적인 태도 아닐까?

이번 100만원 기부 논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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