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부는 대금유튜버 대금이누나 입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 '대금이 누나(김지현)'

조은주 기자 승인 2020.08.30 18:36 | 최종 수정 2020.10.08 03:32 의견 0

'크로스 오버'라는 장르가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유행을 떨치던 때가 있었다. 정확히 그 장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만, 내가 처음 접했을 때가 고등학교 시절 즈음이었던 것 같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같은 전통악기로 서양 영화음악을 연주한다거나, 현악 4중주를 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전통 가요를 현악기를 이용해 연주하는 음악을 우리는 크로스 오버라고 부르며 아주 신기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조합, 퓨전 요리처럼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조합시켜 색다르고 창의적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내가 아는 크로스 오버란? 경계와 선과 한계를 뛰어넘어, 순수하게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한동안 열광했던 크로스 오버 장르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고 지향하고 선망하는 동서양의 조화라는 것이 어쩌면 서양의 문화, 음악, 예술에 대한 약간의 선망의식이 기반에 깔려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연 중에 서양 클래식 음악이 더 고급스럽고 고차원적인, 전통 깊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의 전통 음악, 국악에 대해 폄하하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고쳐보려고 전통 국악이나 악기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도 서양 음악처럼 쉽게 듣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의외의 곳 바로 유튜브에서, 지금까지 몇 번 들어보지도 못했던 생소한 국악 악기 연주를 들어볼 기회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거문고나 가야금, 피리 정도가 아닌 평소에 거의 접해볼 기회가 없었던 대금이라는 악기인데, 대금을 전공한 프로 연주가 김지현씨가 개설한 '대금이 누나' 라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 인연. Fate. 因缘 [이선희] (왕의 남자 OST) - 국악 cover 대금이누나 X 가야금예지

사실 대금이라는 악기는 중학교 음악시간에 전통 국악에 대해 배울 때 들어본 악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서양 클래식 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통해 유튜브나 공연으로 쉽게 볼 수 있는것과 달리 국내 국악 합주는 거의 들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대금은 나에게 그저 책 속의 악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대금이라는 악기는 남자 연주가가 연주하는 그림만 그려지는 악기 중 하나였는데 고운 한복을 입은 여자 연주자분의 영상 썸네일은 나의 시선을 강탈하기 시작했다.

▲ 8만 구독자를 보유한 대금유튜버 대금이 누나

요즘처럼 비가 오는 날, 특히 어울리는 악기가 아닐까? 영상을 몇 개 더 감상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들어본 그 어떤 악기의 소리보다 이런 여름날에 시원함을 더해주는 청량음료 같은 악기였다. 대금 소리는 대나무 통을 타고 너무나 청량하고 맑고, 크게 울려퍼졌다. 유튜브 영상으로, 디지털 기기를 통해 듣는 소리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 대금 연주회에서 직접 듣는다면 더욱 감동이 크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유튜버월드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